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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공지사항입니다.

[오늘의 웹진] 시인이었고, 시인이며, 시인일 것이니……
제목 [오늘의 웹진] 시인이었고, 시인이며, 시인일 것이니……
작성자 대표 관리자 (ip:)
  • 작성일 2012-10-29 09:41:22
  • 추천 추천 하기
  • 조회수 308
  • 평점 0점


   (이경수)  

 


여기 한 시인의 아름다운 고백이 있다. 그녀는 세 번째 시집에 와서 비로소 시인으로서 살아온 자기 삶에 대해 고백의 말들을 펼쳐 놓는다. 어떻게 시인이 되었고 어떻게 시를 쓰고 있으며 어떻게 시인으로서 살아갈 것인지를……. 시란 그녀에게 무엇이었고 무엇이며 무엇일 것인지를……. 진은영의 세 번째 시집 『훔쳐가는 노래』는 한 시인의 내밀한 자기 고백이자 세상을 향해 건네는 연서이다. 너무 아름다워서 훔치고 싶은 노래이다.

 

   그녀의 고백에 따르면 그녀 또한 그렇게 매혹된 다른 누군가의 말들을 훔치기도 했다. 기형도 식으로 말한다면 ‘질투는 나의 힘’이다. 아름다운 언어를 보고 훔치고 싶다는 마음을 품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욕망이다. 여전히 아름다운 색채를 품고 눈부시게 빛나는 진은영의 언어는 홀린다는 말을 몸소 체험하게 해준다. “맑스와 보들레르와 안데르센 혹은, 이웃집 사내가 이층 창가에서 담배를 문 채 혼자 중얼거린 말을 좋아한다”는 그녀의 고백은 “세상의 모든 말이 이미 내뱉어졌으니 무얼 덧붙일 필요가 있을까,라는 자조”(「전생」)적 태도에서 기인한다.

 

   그녀가 보기에 시인은 “이렇게 깊고 마른 바닥에 세상의 모든 물통을 짊어진 흰 나귀처럼 드러누”(「전생」)운 존재이다. 메마르고 척박한 땅이라는 현실 속에서 물통으로 상징되는 구원을 온몸으로 감당하며 흰 나귀처럼 신비롭고 낭만적인 꿈을 꾸는 존재야말로 진은영이 생각하는 시인이다. 하지만 그 흰 나귀는 뚜벅뚜벅 걸어가는 대신 바닥에 드러누워 있다. 시인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밖에 없는 절망감과 무력감을 진은영은 ‘드러누움’으로 표상한 것이다.  

 

 

홍대 앞보다 마레 지구가 좋았다
내 동생 희영이보다 앨리스가 좋았다
철수보다 폴이 좋았다
국어사전보다 세계대백과가 좋다
아가씨들의 향수보다 당나라 벼루에 갈린 먹 냄새가 좋다
과학자의 천왕성보다 시인들의 달이 좋다

 

멀리 있으니까 여기에서

 

김 뿌린 센베이 과자보다 노란 마카롱이 좋았다
더 멀리 있으니까
가족에게서, 어린 날 저녁 매질에서

 

엘뤼아르보다 박노해가 좋았다
더 멀리 있으니까
나의 상처들에서

 

연필보다 망치가 좋다, 지우개보다 십자나사못
성경보다 불경이 좋다
소녀들이 노인보다 좋다

 

더 멀리 있으니까

 

나의 책상에서
분노에게서
나에게서

 

너의 노래가 좋았다
멀리 있으니까

 

기쁨에서, 침묵에서, 노래에게서

 

혁명이, 철학이 좋았다
멀리 있으니까

 

집에서, 깃털 구름에게서, 시장 속 검은 돌에게서
―진은영, 「그 머나먼」(『훔쳐가는 노래』, 창비, 2012, 36∼37쪽)  

 

 

   진은영의 세 번째 시집 『훔쳐가는 노래』의 1부에 실린 아름다운 이 시에서 시인은 시가 어떻게 자신에게 다가왔는지, 아니 그녀가 어떻게 시에 홀렸는지 고백한다. 이미 시인이라는 이름을 감당하며 두 권의 시집을 출간한 진은영은 세 번째 시집에 와서 비로소 ‘그 머나먼’ 기억에 대해 이야기한다.

 

   홍대 앞보다 마레 지구를 좋아했고 동생 희영이보다 앨리스를, 철수보다 폴을 좋아했던 한 소녀가 있었다. 홍대 앞보다 마레 지구가 끌린 것은 아마도 프랑스 파리라는 이국적인 거리가 주는 환상과 마레 지구가 품고 있는 다양성 때문이 아니었을까. 가족으로서 늘 곁에 있으며 자신의 몫을 빼앗아가거나 양보해야 하는 동생 희영이보다는 신비롭고 낯선 체험을 하는 이상한 나라의 사랑스러운 앨리스가 당연히 더 좋았을 테고, 동네 골목 어귀에서 흔히 마주칠 것 같은 철수라는 익숙한 이름보다는(설령 그것이 <은하철도 999>의 철수라 해도) 대마왕에게 잡혀간 니나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모험을 감행하는 이상한 나라의 폴이 훨씬 끌렸을 것이다. 국어사전보다는 세계대백과가 제공하는 낯설고 풍요로운 지식이 더 좋았고, 아가씨들의 향수보다는 당나라 벼루에 갈린 먹 냄새가 풍기는 운치가 더 좋았으며, 과학자의 천왕성보다 시인들의 달이 풍기는 낭만적인 분위기가 더 좋았을 것이다. 이질적인 것에 끌리고 운치와 낭만을 즐길 줄 아는 기질이 이 소녀를 시인의 길로 이끌었을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시에게 다가갔다. 아니, 시가 그녀에게로 왔다.

 

   시인의 설명은 좀 더 낭만적이다. “멀리 있으니까 여기에서”. 시란 그렇게 여기에서 멀리 있는 것이다. 가족에게서, 어린 날 저녁의 매질에서, 엘뤼아르의 지병 같은 ‘나의 상처들’에서, ‘나의 책상’에서, 분노에게서, ‘나’에게서, 기쁨에서, 침묵에서, 노래에게서, 집에서, 깃털 구름에게서, 심장 속 검은 돌에게서. 시는 그렇게 생활인으로서의 자신에게서 멀리 있으니까 마음껏 매혹될 수 있었고, 마음껏 달아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한 소녀는 철학도가 되었고 시인이 되었다.

 

   시인이 된 후에도 그녀는 무엇을 쓸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한다. 하다못해 멸치마저도 그녀에겐 시가 된다. 작고 비리고 시시하게 반짝여서 싫었던 멸치를 한사코 먹지 않겠다고 고집 부려 보지만, “멸치도 안 먹는 년이 무슨 노동해방이냐”는 어머니의 한 마디에 결국 “기분상으로, 구조적으로” 싫었던 “작고 비리고 문득, 반짝이지만 결코 폼 잡을 수 없는” 멸치를 먹고 마는 시인은, “총체적으로 폼을 잡을 수 없다는 것”(「멸치의 아이러니」)에서 멸치의 숭고함을 발견한다. 처음에는 멀리 있어서 좋았던 시였는데, 이제 폼을 잡을 수 없는 것이라서 시가 됨을 안다.

 

   “아무도 오지 않는 무덤가에/ 미칠 듯 향기로운 장미덩굴 가시들”, “아무도 펼치지 않는/ 양피지 책”, “여공들의 파업기사”처럼 “쓸모없는 거룩함”이자 “쓸모없는 부끄러움”인 그런 ‘쓸모없는 이야기’(「쓸모없는 이야기」)들이 그녀에게로 와서 시가 된다. “그것을 생각하는 것은 무익”하지만 “무엇에도 무익하다는 말이/ 과일 속에 박힌 뼈처럼, 혹은 흰 별처럼/ 빛났기 때문에”(「아름답게 시작되는 시」) 시가 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어느날” 울음이며 졸음이며 사랑이며 슬픔이며 하는 것들이 “쏟아지며 흘러내리는 순간들을” 시인은 “굳어가는 눈동자로/ 그 순간, 영원히 보게 된다”(「그리하여, 어느 날」).

 

   그리하여 마침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뿐인 때”가 그녀의 시 속으로 들어올 때가 있다. 그곳엔 “어린 시절의 작은 알코올램프가 있”고 “늪 위로 쏟아지는 버드나무 노란 꽃가루가 있”고 “죽은 가지 위에 밤새 우는 것들이 있다”(「있다」). 그렇게 “확인할 수 없는 존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있는 존재가 스스로 존재를 증명하는 시적인 순간이 “있다”(「있다」). 어쩌면 시인은 그런 순간을 받아 적는 존재, 그런 순간의 아름다움을 훔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시 속으로 이제 어떤 순간들이 들어오게 될지 여전히 기대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아래 링크를 방문하시면 더 많은 문화, 문학, 영화 평론들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웹진 문화다: http://www.mu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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