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시력자를 위한 "큰글한국문학선집 004"
김남천 장편소설 <대하>
1939년에 발표된 전작(全作) 장편소설.
제1부만이 단행본(인문社, 1939)으로 간행된 채 그 속편이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미완성의 작품이다. 1907~1910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평안도 성천(成川) 두무골에 사는 박성권 가족들의 상호 관계와 그 시대적 변이과정(變異過程)을 그리고 있다.
카프 해체 이후로 창작방법론의 모색을 꾸준하게 해 온 김남천이 내세운 모럴, 즉 풍속론(작가 나름의 주체성으로 문학적 형상화를 할 수 있게끔 하는 근거는 모럴이며, 모럴이 현실에 배어 있는 모습은 풍속에서 찾을 수 있으니 풍속의 묘사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의 작품적 성과가 이 작품이다. 작가는 풍속과 모럴(도덕과 세계관)이 급격하게 변하는 시기를 이 소설의 배경으로 정하였는데, 이는 대강 1908~1911년에 걸치는 개화기이다. 소설의 대상으로는 근대화의 와중에 치부에 성공했으면서도 봉건적 유습을 완고하게 지키는 박성권 일가를 택해 개화기의 갈등과 혼란을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대하(大河)>는 결국 개화기의 시대적 의미를 온전히 포착해내는 데 실패한다. 작가 김남천은 시대적 모순을 체현하고 있는 인물로 서자 형걸을 내세우지만, 형걸의 갈등과 반항은 시대적인 것이라기보다 사적인 것으로 보인다. 형걸은 분명 서자라는 이유로 당하는 차별을 절감하고 있지만, 거기 느끼는 저항감을 개화기라는 시대의 과제와 연관시키지는 못한다. 그는 댕기를 잘라 버리기도 하고, 문우성 선생의 영향으로 개화사상과 기독교에 접하기도 한다. 그러나 형걸의 이러한 행동에는 정신적 각성이 따르고 있지 않다.
어쨌든 <대하(大河)>라는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우리 근대사의 큰 흐름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라는 점에서, 다양하고도 깊이 있는 접근에서 이 작품의 의미를 심화시켜 주고 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