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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문학을 읽으며 그들의 세계를 엿볼 수 있어
소설이라는 텍스트는 실생활에서 살아 숨 쉬는 인물과 사건을 접할 수 있는 구체적인 현장에 해당한다. 북한문학이 아무리 체제를 대변하는 문학이라고 해도 그런 속성마저 외면할 수 는 없다. 북한문학은 예술 분야와 함께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지만, 정작 문학 분야에서는 이러한 중요성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문학 텍스트를 꼼꼼히 읽는 일은 언어로 재현된 세계에 담긴 맥락과 암시를 추출해내는 작업이다. 문학 텍스트에는 인간의 몸짓과 사회적 관심사, 시대 변화 속에 달라지는 인간에 대한 이해의 상이한 각도와 방식이 담겨있다. 뿐만 아니라 이것에는 그 안에 생략된 것들과 균열된 지점이 담겨 있다. 가장 근대적이고 급진적인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에서 가장 유교적인 ‘충효’와 같은 덕목이 등장하는 모순형용의 사태가 그 예가 될 것이다.
체제와 이념에서 적대적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사회는 더 이상 방치하고 외면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북한문학을 읽으며 그들의 세계를 엿볼 수 있고, 나아가 이를 통해 북한이 던지는 메시지 또한 읽을 수 있다. 결국 문학 텍스트를 통한 북한사회에 대한 이해는 우리 사회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인가를 묻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데 좋은 작품 12편 실려
북한문학은 성립 초기부터 개인의 문학이 아닌, 체제의 문학을 전제하며 제도를 구축해 왔다. 당의 정책과 국가 이념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며 인민의 이익에 봉사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북한문학이 아무리 당 정책을 선전 교화하는 도구로 활용된다고 해도, 사회의 성원이자 사회적 관심사를 대변하는 작가의 창작물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문학은 인간다운 사회와 인간적인 삶이 무엇인가를 질의하는 상상적 모색을 보여준다’는 일반적인 문학논리에도 부합하게 된다. 선별된 12편의 북한소설은 모두는 아니지만 정전으로서의 위상을 구비한 경우이거나 북한사회의 실상을 이해하는데 좋은 자료가 되는 작품들이다. 이들 작품을 통해 북한 사람들이 살아가며 느끼고 생각하는 구체적인 삶의 풍경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북한에 대해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당신이라면, 북한을 조금 더 알고 싶은 당신이라면 북한소설을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
머리말 이기영 「개벽」 김사량 「남에서 온 편지」 황 건 「불타는 섬」 김형교 「검정보자기」 변희근 「빛나는 전망」 김만선 「태봉영감」 김병훈 「길동무들」 권정웅 「백일홍」 이종렬 「산제비」 한웅빈 「‘행운’에 대한 기대」 변창률 「영근 이삭」 최 련 「바다를 푸르게 하라」 작품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