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5년 학부에서 편찬한 근대식지지(地誌) 교과서
『지구약론(地璆略論)』은 1895년 학부에서 편찬한 근대식지지(地誌) 교과서이다. 표지와 판권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서지 사항을 밝히기는 어려우나, 1895년 학부에서 편찬한 『신정심상소학(新訂尋常小學)』의 ‘학부 편집국 개간 서적 정가표(學部 編輯局 開刊 書籍 定價表)’에 이 책명이 들어 있음을 고려할 때, 『국민소학독본』, 『신정심상소학』, 『숙혜기략』 등과 함께 편찬된 교과서임에 틀림없다.
이 책은 목활자본(木活字本)으로 총 20장(張) 40면(面)이며, 크기는 30.0×19.6cm이다. 현재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소장되어 있다. 이 책은 지구, 오대양 육대주, 조선 주변국의 위치, 우리나라의 지리・문화, 외국지지 등을 내용으로 하였으며, 순국문 한자 부속 문체(純國文漢字附屬文體)를 사용한 문답식 교재라는 점이 특징이다.
내용상 ‘백두산’을 우리나라의 주산(主山)으로 설정하고, 두만강이 ‘동해(東海)’로 흘러들어 가는 점, 울릉도와 독도(우산도)를 강원도 소재 섬으로 기술한 점 등은 교과서 편찬 과정에서 자주의식을 반영한 내용으로 볼 수 있다.
설명 과정에서 어려운 단어는 협주를 사용했는데, 주석은 쌍행(雙行)을 사용하였다. 인지명 표기에서 국문과 부속문의 대응 방식이 흥미로운데, 예를 들어 순국문의 ‘둑겁강’은 왼편에 ‘蟾津江’으로 한자를 부속하였다. 이는 외국 인지명도 마찬가지인데, 순국문 표기에서는 현실음에 가까운 ‘에지부도, 이스례일’ 등과 같은 음차 표기를 하고, 부속문에는 ‘埃及, 尼塞列’과 같은 한자 차자를 표기하였다.
목차가 존재하지는 않으나 내용상 ‘지구 및 오대양 육대주’ 1~6면, 우리나라의 지지 7~28면, 세계지지 29~40면으로 구성되어 우리나라의 지리 설명에 많은 비중을 두었으며, 아세아의 경우 ‘청국, 일본, 인도, 아라사, 유다국’의 순서로 설명하고, 아프리카, 유럽에 있는 나라를 소개하였다. 특히 유다국 설명이 비교적 자세한데,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역사를 기술하면서 모세의 탈출을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한 점을 고려하면, 이 교과서를 편찬할 때 서양 선교사의 지리 관련 서적의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