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대 한국 역사학자들의 세계사 역술의 주요 자료
『서례수지(西禮須知)』는 1866년 영국인 존 프라이어(1839~1928, 중국명 傅蘭雅)가 서양 제국(諸國)의 예법을 중국에 소개하기 위해 저술한 책이다. 현재 서울대 규장각 소장본(奎中 6072)은 고활자본(古活字本)으로 1886년 왕도(王鞱, 1828~1897)의 서문과 본문 29장 1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 크기는 20.2×13.2cm로, 고종의 도서관으로 알려져 있는 집옥재(集玉齋)의 인기(印記)가 찍혀 있다.
중국인에게 서양인의 교제 예법을 소개
존 프라이어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예(禮)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지역・문화에 따라 예법이 달라짐을 고려하여, 중국인에게 서양인의 교제 예법을 소개하고자 하는 데 있었다. 1886년판의 서문을 쓴 왕도는 청말 개혁 사상가로 1886년 존 프라이어가 서수(徐壽)와 함께 상해에 ‘격치서원(格致書院)’을 설립할 당시, 상해에 체류하면서 다수의 변법론을 발표하고, 격치서원 관계자들과 교류를 맺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의 사상은 중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는데, 그가 편저한 『보법전기(普法戰記)』, 『법란서지(法蘭西志)』, 『미리견지(美利堅志)』, 『아지(俄志)』 등은 1900년대 한국 역사학자들의 세계사 역술의 주요 자료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총설(總說), 결교(結交), 연객(宴客), 배객(拜客), 담서(談敍), 용어(用菸), 의식(衣飾), 취악(取樂), 영사(零事)’의 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설’은 교제의 예가 갖는 의미와 세계 각국에 통행하는 예법을 배워야 하는 이유를 밝힌 장이며, ‘결교’는 친구를 사귀는 방법으로 ‘소개하기’와 ‘천거하기’를 주요 내용으로 하였다. ‘연객(宴客)’은 손님맞이 잔치를 의미하며, ‘배객(拜客)’은 방문 예절에 해당한다. ‘담서(談敍)’는 대화의 의미와 방법을 설명한 장이며, ‘용어(用箊)’는 담배와 관련된 예절이다. ‘의식(衣食)’은 의복을 입는 방법을 뜻하며, ‘취악(取樂)’은 ‘음악, 춤, 놀이’ 등의 사교 예절을 의미한다. ‘영사(零事)’는 일상생활의 예절로 이 책의 결론에 해당한다.
이 책은 1902년 학부에서 국문본 『셔례슈지』로 신간(新刊)되었다. 국문본은 52쪽 연활자본으로 크기는 16.5×24cm, 11행 26자이다. 국문본은 한문본과는 달리 한국인이 읽기 쉽도록 번역하였는데, 장의 제목을 의역하거나 일부 내용을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게 바꾼 곳도 있다.